스케줄 근무자의 하루 — 남들 출근할 때 자고, 남들 쉴 때 나만의 판을 짠다

취준생한테 “요즘 뭐 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공부하고 있어요, 준비 중이에요, 쉬고 있어요. 근데 스케줄 근무를 병행하는 취준생한테 그 질문을 하면 답이 좀 달라진다. 일도 하고, 준비도 하고, 근데 루틴은 매주 뒤죽박죽이고, 그걸 어떻게든 맞춰가고 있어요.

나는 의류 판매직으로 스케줄 근무를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블로그를 쓰고, 듀오링고를 켜고, 러닝을 나간다. 완벽한 루틴은 아니다. 근데 이게 지금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하루다.

스케줄 근무의 묘한 매력, 그리고 현실

  • 시간을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 출근하는 월요일 오전에 나는 한산한 카페에 앉아 있고, 주말 오후에 사람들이 쉴 때 나는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엔 불규칙함이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오히려 장점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 제일 힘든 건 체력도 시간도 아니다.
    스케줄 근무자의 취준에서 진짜 적은 동기부여 자체다. 오늘 쉬는 날인데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그냥 쉬고 싶다는 몸의 신호 사이에서 매일 협상을 한다. 그 협상을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다.

오전 10시 기상 — 머리를 비우는 시간

  • 알람은 10시.
    딱 필요한 만큼만 자는 것도 루틴의 일부다.
    억지로 일찍 일어나봤자 멍한 채로 2시간을 날리는 것보다 낫다.
  • 기상 직후엔 집안일부터 한다.
    설거지, 빨래 돌리기, 간단한 청소.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몸을 먼저 움직이면 머리가 천천히 깨어난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멍하니 유튜브 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 이 30분~1시간이 이후 집중력의 베이스를 깔아준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여는 이 시간이, 의외로 가장 중요한 구간이다.

12시부터 18시 — 6시간을 쪼개는 방식

6시간을 통으로 쓰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한다. 경험으로 안다. 한 가지 작업에 너무 오래 매달리면 머리가 포화 상태가 돼서, 2시간짜리 결과물을 4시간에 걸쳐 겨우 만들게 된다. 그래서 작업 종류를 바꿔가면서 뇌에 환기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같은 6시간이어도 쪼개서 쓰면 집중의 밀도가 다르다.

현재 작성중인 노션
  • 포트폴리오 작업 3시간.
    집중력이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 앞에 배치한다.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는데, 결과물보다 3시간이라는 시간 자체를 지키는 것에 집중한다. 앉아있는 습관이 먼저다.
  • 블로그 1시간.
    이 글도 그 1시간 안에서 나온다. 완성도보다 일단 쓰는 것에 집중하고, 퍼블리싱까지 완료해야 하루가 닫히는 느낌이 든다.
  • 노션 정리 1시간.
    그날 작업한 것, 찾아본 것, 생각한 것을 정리한다. 이걸 안 하면 다음 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위한 작업이다.
  • 언어학습은 짬짬이.
    나는 언어학습을 아직 집중적으로 하고 있진 않다. 그저 편안하게 사용하는 듀오링고를 사용중
    이건 그냥 노는 시간이 아니다. 작업과 작업 사이에 뇌를 완전히 다른 채널로 잠깐 돌려놓는 시간이다. 언어 학습이라는 전혀 다른 자극을 5분 주고 나면, 다시 본 작업으로 돌아왔을 때 집중이 리셋된 느낌이 난다. 물 한 잔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멍때리는 게 아니라, 다음 집중을 위해 잠깐 열을 식히는 시간.

    누군가는 6시간 동안 한 가지만 파는 게 낫지 않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 집중력은 무한 동력이 아니다. 기계도 열이 받으면 식혀야 하듯,
    나는 3시간의 고부하 작업(포트폴리오) 뒤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작업(블로그/노션)을 배치했다.
    틈틈이 켜는 듀오링고는 일종의 ‘냉각수’다. 뇌를 완전히 끄는 게 아니라 다른 영역을 쓰게 함으로써, 다시 설계 도면을 볼 에너지를 만드는 나만의 로직이다
나의 듀오링고 캡쳐본

저녁 러닝 — 그리고 헬스장 얘기는 나중에

  • 저녁엔 러닝을 나간다.
    자취방 근처 코스를 대충 30분 정도 뛴다. 낮 동안 앉아서 머리만 굴렸으면 저녁에 몸을 좀 써줘야 잠이 온다. 지금은 이게 없으면 하루가 제대로 안 닫히는 느낌이다.
  • 헬스장은 자취 적응 후 다시 등록할 예정이다.
    독립 초반이라 동네 파악도 덜 됐고, 어느 헬스장이 괜찮은지도 아직 모른다. 일단 러닝으로 버티는 중이고, 이것도 급하게 할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밤에 잠이 안 오면

  • 스케줄 근무자의 숙명이 있다.
    근무일과 비번일의 수면 패턴이 달라서 비번날 밤에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 유튜브를 켜면 새벽 12시가 된다.
  • 그래서 잠이 안 오면 블로그 앞에 다시 앉는다.
    낮에 못 다 쓴 글을 마저 쓰거나, 다음 글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열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그냥 잠이 안 와서 하는 거다. 근데 그 시간이 쌓이면 포스팅이 하나 더 나온다. 동기부여 없이도 루틴이 굴러가는 순간이 이런 때다.

컨디션이 바닥인 날에도 뭔가 남는 이유

동기부여는 감정이다. 감정은 매일 다르다. 그러니까 동기부여에 기대서 하루를 굴리면, 컨디션 좋은 날은 150%를 뽑고 나쁜 날은 0%가 된다. 평균을 내면 생각보다 별로다.

시간을 모듈로 쪼개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늘 포트폴리오 작업이 잘 안 풀려도 3시간은 앉아있는다. 블로그가 안 써져도 1시간은 열어놓는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그날그날 다르지만, 뭔가를 했다는 흔적은 매일 남는다. 그 흔적이 쌓이면 포트폴리오가 되고, 블로그 포스팅이 되고, 나중에 면접장에서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완벽하게 해내는 날을 기다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 60%짜리 하루가 매일 쌓이는 게, 가끔 오는 100%짜리 하루보다 결국 더 많이 남는다.


결국 시스템이 동기부여를 대신한다.

동기부여는 감정이라는 불안정한 변수다. 기계 설계에서 변수가 많으면 고장 나듯, 루틴도 감정에 의존하면 무너진다. 내가 몇 시에 일어나고, 뭘 할지 도면화(시스템화) 시켜두면, 감정이 0인 날에도 시스템의 로직에 따라 최소한의 출력값(성과)은 보장된다.
설계가 완벽하면, 운용 인력(나의 기분)의 컨디션과 관계없이 공장은 돌아간다

취준 기간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성과가 당장 눈에 안 보인다는 거다. 오늘 포트폴리오 3시간을 했다고 해서 내일 면접 연락이 오는 게 아니다. 그 공백을 버티는 게 진짜 어려운 부분이다.

동기부여에 기대면 그 공백을 못 버틴다. 기분 좋은 날만 하고, 힘든 날은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몇 시에 일어나고, 뭘 몇 시간 하고, 저녁엔 뛰고, 자기 전엔 정리한다. 이 흐름이 몸에 배면 동기가 없어도 일단 앉게 된다. 앉으면 어느 정도는 하게 된다.

완벽한 루틴은 없다. 무너지는 날도 있고, 아무것도 못 한 채 하루가 끝나는 날도 있다. 근데 그 다음 날 다시 10시에 일어나서 집안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막막한 시기에 나만의 하루 흐름 하나 만들어두면, 생각보다 버틸 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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