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의 싸움 #1 — 스케줄 근무자의 수면 생존기

잠 못드는 문바다 주인장

안녕하십니까 문바다의 주인장입니다.
봄이 만개하고 지나면 여름이 온다.
그 말은 즉 점점 아침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진다는 소리
이 소리는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케줄 근무자에게 계절 변화는 단순한 날씨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은 스케줄 근무를 하면서 수면 문제를 직접 겪어온 사람의 기록이다.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왜 이게 단순한 ‘피곤함’ 문제가 아닌지부터 짚고 가려 한다.

스케줄 근무란?


스케줄 근무는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 없는 근무 형태다.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하거나, 평일 하루·주말 하루를 쉬는 식으로 매장이나 회사 상황,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근무 일정이 짜인다. 유연근무제라고도 부른다.

장점은 분명하다.

  • 병원, 관공서, 은행 같이 평일에만 운영하는 곳을 줄 서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 평일 낮에 한적한 카페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 주말에만 여는 팝업 스토어 대신 평일 핫플레이스를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

남들이 일할 때 쉰다는 게 이렇게 구체적인 이점으로 돌아온다. 이 부분만큼은 진심으로 좋다.

단점도 분명하다.

남들이 쉴 때 일한다.
의류 매장 기준으로 주말 근무는 평일과 차원이 다르다. 피팅룸 앞에 줄이 생기고, 교환·환불 요청이 겹치고, 매장 정리가 뒤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소리를 치고 싶어지는 건 과장이 아니다. 평일 두 배 이상의 밀도로 8시간을 버티고 나면 몸이 아닌 뇌가 먼저 꺼진다.


수면, 단점 중의 단점

스케줄 근무의 단점을 나열하면 꽤 길어지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누적 피해가 큰 건 수면이다.

마감 근무 후 다음 날 오픈을 해야 하는 상황, 즉 ‘클로징-오프닝’이 문제다. 마감 정리가 끝나고 퇴근하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동 시간을 빼고 씻고 나면 새벽 1~2시. 오픈 근무 출근 시간이 8~9시라면 실질 수면 시간은 4~5시간이다. 이게 일주일에 한 번씩 반복된다.

서비스직을 수년간 하면서 몸이 성하지 않아도 조퇴를 안 하는 편이었다.
그 결과가 병원비였다. 통장 잔고가 예상치 못한 항목으로 깎여나갈 때의 허탈함은 꽤 오래간다.
몸 관리를 못 한 대가를 돈으로 치르는 구조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수면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체 유지를 위한 필수 공정으로 보게 된다.

기계도 과부하가 걸리면 고장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나의 수면 관리 루틴 — 4~5시간을 최대한 쓰는 방법

강제로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날에는 그 시간을 질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
양을 늘릴 수 없다면 밀도를 높이는 방향이다.

퇴근 후 루틴은 이렇다.

  • 동료와 잠깐 환기한다.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퇴근 직후 그날 있었던 일을 짧게 털어놓는 시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그 날의 감정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 집에 도착하면 바로 샤워한다.
    2~3년 전부터 양치의 각성 효과에 대한 글을 읽고 나서 순서를 바꿨다. 샤워를 먼저, 양치는 샤워 중에 해결한다. 귀가 후 바로 씻는 루틴이 몸에 밴 이후로 취침까지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 도시락 설거지와 다음 날 도시락 준비를 연속으로 처리한다.
    내일 아침에 할 일을 오늘 밤에 끝내두면 기상 후 판단해야 할 것들이 줄어든다. 인지적 부하를 줄이는 것이 수면의 질에 직결된다.
  • 다음 날 OOTD를 미리 정해둔다.
    사소해 보이지만, 아침에 ‘뭐 입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없어지면 기상 후 뇌가 훨씬 가볍게 돌아간다.

이 루틴을 끝내고 나면 바로 눕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잠이 안 올 때 — 억지로 자려고 하지 않는다

수면 시간이 4~5시간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잠이 안 오면 압박감이 생긴다. ‘자야 한다’는 생각이 긴장을 만들고, 긴장이 각성을 유지시킨다.
이 악순환을 직접 겪고 나서 억지로 잠들려는 시도를 완전히 포기했다.

대신 두 가지 방법을 쓴다.

미 해군 수면법은 군인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빠르게 수면에 진입하기 위해 개발한 방법이다. 순서는 이렇다.

  1. 얼굴 근육부터 이마, 눈 주위, 턱 순서로 의식적으로 힘을 뺀다.
  2. 어깨를 최대한 내리고, 팔에서 손끝까지 순서대로 이완한다.
  3. 가슴, 복부,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같은 방식으로 내려간다.
  4. 머릿속에 특정 장면을 10초간 고정한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카누, 어두운 방 안의 해먹 같은 정적인 이미지면 충분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인지적 셔플링(Cognitive Shuffling)**은 뇌가 수면 모드로 전환되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논리적인 생각을 이어가기 때문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의도적으로 연관성 없는 단어나 이미지를 무작위로 떠올리면 뇌가 ‘지금은 분석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인식하고 수면 준비 상태로 전환된다는 원리다.
‘사과 → 기차 → 모래사장 → 파란 신호등’ 같은 식으로 아무 연관 없는 이미지를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둘 다 거창한 도구가 필요 없다. 누운 상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수면 시간을 지키는 구조 만들기 — 캘린더 프로그램 활용

의지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건 한계가 있다. 퇴근 후 자잘한 일들이 끼어들면 취침 시간이 밀린다. 그래서 수면 시간을 캘린더에 고정 블록으로 넣어둔다.

구글 캘린더 기준으로 수면 시간을 반복 일정으로 등록하면, 그 시간대에 다른 일정이 잡히는 걸 시각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취침 30분 전 알림을 설정해두면 루틴 시작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디지털 캘린더에 수면을 ‘예약’한다는 개념이 처음엔 어색할 수 있는데, 막상 해보면 수면을 일정으로 대우하게 되면서 타협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기계 및 기구 설계에서 유지 보수 일정을 계획에 넣는 것처럼, 신체 유지를 위한 수면도 일정으로 관리한다. 다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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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게으름의 영역이 아니다. 스케줄 근무자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불규칙한 근무 속에서 수면을 지키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루틴을 만들고, 방법을 바꾸고, 일정으로 고정하는 것. 그 세 가지가 지금 내가 4~5시간을 최대한 쓰는 방식이다.

다음 편에서는 수면의 질을 높이는 환경 세팅 이야기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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