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입주 첫날: 설렘과 하자 발견, 그리고 몸으로 때운 입주청소

입주 첫 날 하자가 많아서 당황스러운 문바다
입주 첫 날 하자가 많아서 당황스러운 문바다

문바다이다. 어머님의 생신이기도 하며 나의 첫 입주날이라 매우 분주한 하루였다.
입주 당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설레는 건 맞는데, 뭔가 시험 전날 같은 긴장감이 같이 있었다. 이삿짐은 없었다. 이삿짐은 내일인 19일날 처리하고 오늘은 입주청소만 하는 날, 그렇게 첫 자취방 문을 열었다.

전 임차인이 나가고 청소가 덜 된 상태의 방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집들이 사진에서 보던 그 방이 아니었다. 형광등 아래 드러난 방의 생얼은 꽤 솔직했다. 창틀에 먼지, 에어컨 커버 변색, 그리고 욕실 수압은 기대 이하였다.

설렘은 유지했다. 다만 검수 모드도 같이 켰다.


하자 검수 — 중개사 아저씨와의 팩트 배틀

입주 전 특약에 하자 수리 조항을 넣어뒀다. 덕분에 발견한 하자를 그냥 넘기지 않을 수 있었다. 특약이 없었다면 그냥 내 돈으로 고쳤을 항목들이다.

하자 검수 결과표

하자 항목상태중개사 반응처리 결과
세탁기 문 고리파손 (열림 불가)“원래 좀 뻑뻑해요”특약 근거로 수리 요청 → 교체 완료
에어컨 실내기 커버변색 및 일부 파손“청소하면 돼요”특약 근거로 교체 요청 → 수리 완료
욕실 수압샤워기 수압 현저히 낮음“원래 수압이 약한 건물이에요”건물 노후화로 인해 샤워기 헤드 교체 (3분 소요)
창틀 실링일부 구간 들뜸“겨울 지나면 다 그래요”입주자 셀프 실링 처리
도어락 배터리방전 임박언급 없음즉시 교체 (AA 4개)

수압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중개사 아저씨가 “원래 이 건물은 수압이 약하다”고 했다. 근데 수도 밸브가 절반만 열려 있었다. 밸브를 완전히 열었더니 3분 만에 수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8년 동안 운동해서 키운 악력이 수도 밸브 하나 돌리는 데 쓰인 날이다.

특약의 중요성은 이미 독립기 포스팅에서 다뤘지만, 실제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특약이 없었다면 세탁기 문 고리 교체 비용을 내가 냈을 거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공인중개사 아저씨와 팩트 체크중인 문바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공인중개사 아저씨와 팩트 체크중인 문바다
전 임차인의 짐이 나가고 보이는 방의 민낯이였다.

셀프 입주 청소 — 다이소 8만 원의 진실

하자 수리 요청을 넣고 청소를 시작했다. 입주 청소 업체 견적을 알아봤는데 5평 원룸 기준 15~20만 원이었다. 비싸다고 생각해서 셀프로 하기로 했다.

그 결정을 후회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다이소 구매 내역 (총 8만 원)

품목수량단가소계
극세사 걸레 (대)3개3,000원9,000원
욕실 곰팡이 제거제2개2,000원4,000원
틈새 청소 브러쉬 세트1세트5,000원5,000원
유리 스퀴지1개3,000원3,000원
고무장갑2켤레2,000원4,000원
다용도 세정제2개3,000원6,000원
청소용 스펀지1팩2,000원2,000원
바닥 물걸레 청소포2팩4,000원8,000원
인덕 세정제1개6,000원6,000원
기타 (테이프, 솔 등)33,000원
합계80,000원

8만 원 썼다. 입주 청소 업체 최저가가 15만 원이니까 7만 원을 아꼈다. 대신 내 노동력 4시간과 허리 통증이 추가됐다.

입주 청소 견적 vs 셀프 청소 비교표

항목업체 청소셀프 청소
비용150,000~200,000원80,000원 (소모품)
소요 시간2~3시간 (대기만)4~6시간 (직접 노동)
청소 완성도상 (전문 장비)중 (손이 안 들어가는 틈새 다수)
숨겨진 비용없음허리 통증, 손 껍질, 정신력 소모
난이도★☆☆☆☆★★★★☆
후회 지수낮음높음 (특히 창틀 구간)

창틀 틈새가 문제였다. 8년 동안 쇠질을 해서 손가락이 굵어졌는데, 그 손가락이 창틀 틈새에 들어가지 않는다. 전문 업체는 이 구간을 전용 공구로 처리한다. 나는 틈새 브러쉬로 20분을 씨름했다. 결과는 70점짜리 청소였다.

다음에 이사하면 입주 청소는 업체에 맡긴다. 이건 경험으로 확정된 데이터다.


가구 배치 시뮬레이션 — 5평에 퀸사이즈를 지른 이유

청소를 마치고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침대 사이즈 문제였다.

5평은 약 16.5㎡다. 여기서 욕실, 주방, 붙박이장을 제외하면 실사용 공간은 약 10~11㎡ 수준이다. 퀸사이즈 침대 규격은 1,500mm × 2,000mm. 면적으로 환산하면 3㎡다. 실사용 공간의 약 27~30%를 침대 하나가 차지한다.

상식적으로는 싱글이나 슈퍼싱글이 맞다.

근데 퀸을 질렀다.

침대 사이즈별 규격 및 비용 비교

사이즈규격 (mm)면적 (㎡)가격 범위배송 기간5평 적합도
싱글1,000 × 2,0002.015~30만 원3~5일★★★★★
슈퍼싱글1,200 × 2,0002.420~40만 원3~5일★★★★☆
1,500 × 2,0003.030~70만 원5~10일★★☆☆☆
1,800 × 2,0003.650~100만 원7~14일★☆☆☆☆

퀸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작았다. 같은 브랜드 기준으로 슈퍼싱글과 퀸의 가격 차이가 5~10만 원 수준인 제품이 있었다. 이 차이에서 수면 공간이 300mm 늘어난다면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8년 동안 운동한 체격이다. 어깨 너비가 있는 체형이 슈퍼싱글에 누우면 여유가 없다. 수면의 질은 회복에 직결되고, 회복은 퍼포먼스에 직결된다. 침대는 비용 대비 ROI가 높은 항목이다.

아이폰 측정 앱으로 동선 시뮬레이션

배치 전에 아이폰 기본 앱 ‘측정’으로 방 치수를 실측했다. 오차가 ±3cm 수준이라 참고용으로는 충분했다.

퀸 침대를 창문 쪽 벽면에 붙여서 배치하면 침대와 반대편 벽 사이 통로가 약 700mm 확보된다. 사람이 옆으로 서서 이동 가능한 최소 폭이 550mm이니까 통행은 된다. 단, 서랍장을 추가하면 동선이 간섭된다. 서랍장은 포기했다.

옷은 붙박이장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수납은 침대 하부 수납으로 처리하는 구조로 확정했다. 5평에서 퀸 침대와 공존하려면 다른 가구를 포기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수면 품질에 뒀다.


마무리 — 입주 전엔 몰랐던 돈 나가는 소리

입주 첫날 지출을 정리하면 이렇다.

  • 다이소 청소용품: 80,000원
  • 도어락 배터리: 3,000원
  • 창틀 실링 테이프: 4,000원
  • 편의점 식사 (청소 중 허기): 8,000원
  • 합계: 95,000원

입주 당일에 거의 10만 원이 나갔다. 이게 아직 침대도, 가전도, 인터넷도 설치 전이다.

방은 마음에 든다. 하자가 있어도, 창틀 틈새에 손이 안 들어가도, 5평에 퀸 침대를 우겨넣어도.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음 글은 이 방에서 마주친 또 다른 현실, KT 독점 회선의 늪 이야기다. 17년 쓴 통신사를 하루아침에 바꿔야 했던 그 경험, 이미 인터넷 회선 포스팅에서 일부 다뤘지만 실제 입주 후 겪은 디테일은 따로 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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